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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백, 모든 것을 숨기는 스파이 부부는 왜 서로를 믿었을까 스파이에게 비밀은 배신이 아니라 직업이다. 어디에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임무를 수행했는지 배우자에게조차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두 사람 모두 스파이인 부부는 무엇을 근거로 서로를 믿을 수 있을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은 국가 기밀을 둘러싼 내부 배신자 색출극처럼 시작하지만, 그 중심에는 의외로 결혼과 신뢰라는 문제가 놓여 있다.마이클 패스벤더의 조지와 케이트 블란쳇의 캐슬린은 모두 영국 정보기관에서 일한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거짓말과 정보 조작에 능숙하지만 서로에게는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조지가 조사해야 할 내부 배신자 명단에 자신의 아내가 포함된다. 이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 흔한 부부 불신극으로 달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영화는 '비밀이 있다는 것'과 '상대를 배신.. 2026. 9. 23.
영화 이방인, 프랑수아 오종은 왜 이름 없던 아랍인에게 얼굴을 돌려주었을까 알베르 카뮈의 을 읽은 사람이라면 뫼르소가 해변에서 죽인 남자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원작에서 그는 끝내 이름을 얻지 못한다. 그저 '아랍인'으로 불릴 뿐이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이 오래된 침묵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뫼르소의 무감각과 부조리를 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1938년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누가 말할 수 있었고 누가 이야기 밖으로 밀려났는지를 함께 바라본다.그래서 오종의 은 카뮈의 유명한 소설을 흑백 영상으로 옮긴 작품에 머물지 않는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남자가 왜 살인보다 자신의 감정을 심판받는지 묻는 동시에, 그 재판에서조차 정작 죽은 사람의 삶은 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지를 되묻는다. 원작의 부조리를 보존하면서 그 주변에 존재했던 식민지 알제리의 현실까지 화면 안으로 끌.. 2026. 9. 22.
영화 트로이,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는 왜 같은 전쟁에서 다르게 싸웠을까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는 같은 전쟁터에서 싸우지만 전쟁을 대하는 이유는 정반대에 가깝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이름이 죽음 이후에도 기억되기를 원하고, 헥토르는 자신이 죽더라도 가족과 트로이가 살아남기를 원한다.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는 거대한 함대와 성벽, 수많은 병사가 충돌하는 전쟁영화이면서도 결국 이 두 남자가 무엇을 위해 목숨을 거는지를 비교하는 이야기다.호메로스의 를 중요한 바탕으로 삼지만 영화는 원전을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신들의 직접적인 개입을 크게 걷어내고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여러 전승을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그렇게 신들이 물러난 자리에는 아가멤논의 권력욕, 파리스와 헬레네의 사랑, 헥토르의 책임, 아킬레우스의 명예욕 같은 인간의 선택이 남는다. 그래서 의 전쟁은 신들이 인간에게 내린.. 2026. 9. 19.
영화 소실점,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은 왜 세 사건의 현장이 되었을까 집은 밖에서 위험한 일을 겪고 돌아왔을 때 문을 닫을 수 있는 가장 사적인 공간이다. 이웃 역시 매일 계단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다 보면 낯선 사람보다 안전하게 느껴진다. 청웨이하오 감독의 은 바로 그 믿음을 뒤집는다. 한 아파트에서 아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른 집에서는 감추기 어려운 시체가 생기며, 또 다른 시간에는 혼자 사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발생한다.처음에는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세 사건이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같은 건물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연결된다. 의 미스터리는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지 맞히는 데만 있지 않다. 매일 마주쳤던 이웃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집 안에서 벌어진 일을 주변 사람들은 정말 몰랐던 것인지 묻는 영화다.영화.. 2026. 9. 18.
영화 촉산전, 서극은 왜 검객의 무공을 빛과 에너지로 바꿨을까 검객이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검은 거대한 빛으로 변하고, 산과 하늘 사이를 에너지가 가르며, 인간의 육체보다 정신과 기운이 전투를 지배한다. 서극 감독의 은 무협영화가 오랫동안 상상해 온 초인적인 무공을 디지털 시각효과로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밀어붙인 작품이다.2001년에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지금 보면 CG의 질감에서 시대가 느껴지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을 단순히 '옛날 CG 영화'로만 보면 이 작품의 독특한 위치를 놓치기 쉽다. 서극은 검술과 와이어 액션에 머물지 않고 무협소설 속 신선과 마물, 비검과 도술, 윤회와 수백 년의 시간을 아예 새로운 영상 언어로 옮기려 했다. 기술의 완성도와 별개로 그 상상력의 규모를 보는 것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이다.영화 촉산.. 2026. 9. 18.
영화 인턴, 최민식과 한소희가 다시 묻는 나이와 직급의 의미 한 사람에게 붙은 나이와 직급을 모두 지우면 무엇이 남을까. 2015년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출연한 은 은퇴한 노년의 남성과 젊은 CEO가 서로 다른 세대와 위치를 넘어 친구가 되는 이야기였다. 11년 뒤 만들어진 한국판 은 같은 구조를 가져오면서도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꾼다.최민식이 연기하는 기호는 일흔이 넘은 은퇴자가 아니라 아직 일할 힘과 의지가 충분한 60대다. 한소희가 맡은 선우 역시 단순히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CEO가 아니라, 성공했음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이번 영화의 핵심은 세대 차이를 훈훈하게 봉합하는 데만 있지 않다. 사람을 나이와 직급, 세대의 이름으로 먼저 규정하는 사회에서 서로를 다시 개인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더 가깝다.기본.. 2026.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