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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예정작

영화 인턴, 최민식과 한소희가 다시 묻는 나이와 직급의 의미

by 가가둥01 2026. 9. 10.

한 사람에게 붙은 나이와 직급을 모두 지우면 무엇이 남을까. 2015년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출연한 <인턴>은 은퇴한 노년의 남성과 젊은 CEO가 서로 다른 세대와 위치를 넘어 친구가 되는 이야기였다. 11년 뒤 만들어진 한국판 <인턴>은 같은 구조를 가져오면서도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꾼다.

최민식이 연기하는 기호는 일흔이 넘은 은퇴자가 아니라 아직 일할 힘과 의지가 충분한 60대다. 한소희가 맡은 선우 역시 단순히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CEO가 아니라, 성공했음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이번 영화의 핵심은 세대 차이를 훈훈하게 봉합하는 데만 있지 않다. 사람을 나이와 직급, 세대의 이름으로 먼저 규정하는 사회에서 서로를 다시 개인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더 가깝다.

기본 정보

감독 김도영
주요 출연 최민식, 한소희, 김준한, 류혜영
국내 개봉 2026년 9월 16일
러닝타임 132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드라마
원작 2015년 미국 영화 <인턴>
제작 앤솔로지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원작의 70대 벤이 한국에서는 60대 기호가 된 이유

최민식이 연기하는 기호는 37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뒤 은퇴한 실버 인턴이다. 새로운 회사에서는 가장 늦게 들어온 막내지만, 그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국판에서 가장 의미 있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원작의 벤보다 기호의 나이를 낮췄다는 점이다. 김도영 감독은 노동시장에서 제외됐지만 아직 충분한 노동력을 가진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설정은 한국 사회에서 더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다. 정년이나 퇴직을 기준으로 한 사람의 경력은 끝난 것으로 취급되기 쉽지만, 실제 개인의 능력이나 일하고 싶은 욕구까지 동시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기호에게 인턴이라는 직함은 아이러니하다. 회사 안에서는 가장 낮은 자리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누구보다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직급은 신입인데 사람은 신입이 아닌 상태가 이 캐릭터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실버 인턴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이야기가 아닌 이유

세대가 다른 인물이 만나는 이야기는 쉽게 한쪽이 다른 쪽을 가르치는 구조로 흐를 수 있다.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삶의 지혜를 전하거나, 반대로 젊은 사람이 새로운 문화를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호는 완성된 멘토로만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디지털 업무 환경과 자유로운 스타트업 문화에서 당황하고, 자신보다 훨씬 어린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새로 배워야 한다.

최민식 역시 촬영 과정에서 자신이 후배들을 이끌기보다 그들의 유연한 태도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 속 기호 역시 자신의 경험을 무조건 정답으로 제시하기보다 새로운 조직 안으로 들어가려는 쪽에 가깝다.

이 점이 중요하다. 세대 간 관계가 의미 있으려면 한쪽만 변해서는 안 된다. 기호가 선우와 젊은 직원들에게 경험을 건네는 동시에 자신도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여야 관계가 양방향이 된다.

선우는 성공한 CEO인데 왜 계속 자신을 의심할까

한소희가 연기하는 선우는 창업 3년 만에 패션 브랜드 WOO22를 100억대 매출 기업으로 키운 젊은 CEO다. 외부에서 보면 이미 충분히 성공한 사람이다.

하지만 영화가 바라보는 선우는 성공을 즐기는 사람이라기보다 계속 자신을 검열하는 사람에 가깝다. 회사에서는 리더로서 판단해야 하고, 가정에서도 또 다른 역할을 요구받으며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김도영 감독은 원작보다 선우의 성장에 더 무게를 두면서, 누군가의 용서나 인정으로 안정을 얻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독립적인 주체로 서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호의 역할 역시 선우 대신 정답을 내려주는 데 있지 않다. 선우가 자신의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결국 자기 판단을 믿게 만드는 옆자리의 사람에 가깝다.

나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직급의 역전이다

<인턴>은 흔히 세대 차이를 다룬 영화로 소개된다. 물론 60대 기호와 젊은 선우 사이에는 분명한 세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둘의 관계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직급과 나이가 반대 방향으로 놓여 있다는 점이다. 기호가 훨씬 연장자이고 사회 경험도 많지만 회사에서는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 반대로 선우는 훨씬 젊지만 조직 전체를 책임지는 CEO다.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와 조직 내 위치가 비슷한 방향으로 올라가는 관계에 익숙하다. 연장자가 상급자인 경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 영화는 그 익숙한 질서를 일부러 뒤집는다.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기호는 젊은 상사를 미숙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선우 역시 나이 든 인턴을 시대에 뒤처진 사람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패션 스타트업은 세대 차이를 드러내는 작은 사회다

한국판의 주요 무대는 패션 브랜드 WOO22다. 빠른 트렌드와 디지털 업무, 비교적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가진 스타트업은 기호가 오랫동안 경험했던 직장과 상당히 다르다.

이 공간에서 기호가 낯설어하는 것은 단지 컴퓨터나 새로운 기술만은 아니다. 회의 방식, 소통하는 방법, 직원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처럼 조직을 움직이는 감각 자체가 달라졌다.

반대로 젊은 직원들에게 기호의 방식 역시 낯설다. 오랫동안 몸에 밴 업무 습관이나 직접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태도가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방향은 어느 쪽이 더 옳은지 판결하는 데 있지 않다. 새로운 방식과 오래된 방식 가운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한국화는 배경을 서울로 옮기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해외 영화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장소와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원작에서는 자연스러웠던 행동과 관계가 지금의 한국에서도 같은 설득력을 가지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김도영 감독은 이번 작품의 한국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결국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구조가 비슷하더라도 등장인물이 현재 한국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이면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호의 나이와 선우의 성장 방식, 회사 안의 주변 인물과 갈등이 달라졌다. 단순히 한국 배우가 원작의 배역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인물이라면 무엇을 고민할지를 새로 만드는 방식이다.

원작을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상황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실제 고민처럼 느껴지는가다.

원작에 없던 영환이 만드는 현실적인 긴장

김준한이 연기하는 영환은 실리를 중시하는 부대표로, 원작에는 없던 한국판의 새로운 인물이다.

기호가 관계와 경험의 가치를 보여주는 인물이라면 영환은 조직이 실제로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효율과 판단을 대표한다. 선우 입장에서는 기호의 인간적인 조언만큼 영환이 제시하는 현실적인 판단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김도영 감독은 영환을 끊임없이 긴장감을 주는 존재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인물이 있기 때문에 선우의 고민 역시 단순히 따뜻한 조언 하나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남는다.

결국 선우의 성장은 기호나 영환 중 한쪽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조언과 이해관계 속에서 자기 판단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아와 젊은 직원들을 'MZ세대'로만 보면 놓치는 것

류혜영이 연기하는 민아는 AI에 적극적으로 의존하는 경영지원 팀장이다. 새로운 기술과 조직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기호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들을 단순히 ‘요즘 젊은 세대’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묶으면 영화가 말하려는 방향과 오히려 멀어진다.

김도영 감독이 이번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 문제의식 가운데 하나도 사람에게 여러 가지 세대와 성별의 라벨을 붙이고 구분하는 사회다. MZ세대나 노년층 같은 이름은 편리하지만, 그 안에 있는 개인의 차이를 지워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기호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다. 관객 역시 등장인물을 세대의 대표가 아니라 각기 다른 사람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최민식과 한소희의 조합이 원작과 다른 얼굴을 만든다

최민식과 한소희라는 조합은 이 리메이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택이다. 두 배우는 필모그래피도, 화면에서 만들어온 이미지도 상당히 다르다.

최민식은 강한 카리스마와 극단적인 감정의 인물로 익숙한 배우다. 그런 배우가 회사에서 가장 낮은 직급의 인턴으로 들어가 젊은 직원들 사이에 섞이는 상황 자체가 기존 이미지와 큰 차이를 만든다.

한소희 역시 선우와 자신의 공통점으로 잘해내려는 압박과 불안을 언급했다. 겉으로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에서는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선우의 흔들림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두 배우를 바라볼 때 원작의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를 얼마나 비슷하게 재현했는지가 기준이 될 필요는 없다. 한국판의 기호와 선우가 독립적인 두 사람으로 보이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 영화에서 '어른'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인턴>에서 기호는 분명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경험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황에서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좋은 어른으로 보일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경험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 데 있다. 자신보다 어린 상사를 존중하고, 새로운 업무방식을 배우며, 젊은 직원들과도 같은 조직의 구성원으로 어울리려 한다.

반대로 선우 역시 CEO라는 직함만으로 완성된 어른이 아니다. 일을 잘하고 회사를 성장시켰지만 자신의 선택을 믿는 법은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성장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기호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선우는 다른 사람의 기대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신의 판단을 믿어야 한다.

세대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견디는 이야기

서로 다른 세대가 가까워진다고 해서 생각과 생활 방식의 차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호가 젊어지는 것도 아니고 선우가 기호처럼 살아가게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가 관계를 끊어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김도영 감독은 각종 라벨로 사람을 나누는 사회에서 서로 다른 두 인물이 친구가 되는 이야기에 관심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보면 영화 속 회사는 하나의 작은 사회처럼 기능한다.

나이, 직급, 성별, 업무 방식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해야 한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지낼 방법은 찾아야 한다.

2026년 9월 16일 개봉하는 한국판 <인턴>이 원작과 달라지는 지점도 결국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호가 선우에게 인생의 정답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위치의 두 사람이 상대를 통해 자기 모습을 다시 바라보는 이야기다. 좋은 동료와 좋은 어른을 결정하는 것은 나이나 직급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자기 기준만으로 재단하지 않는 태도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