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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프로젝트 Y, 한소희와 전종서는 왜 검은돈을 훔치고도 탈출하지 못할까

by 가가둥01 2026. 8. 30.

돈만 있으면 이곳을 떠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정작 돈에 손을 대는 순간 더 깊은 세계에 붙잡힌다. <프로젝트 Y>의 미선과 도경이 마주하는 아이러니다.

2026년 1월 21일 개봉한 이환 감독의 <프로젝트 Y>는 한소희와 전종서를 앞세운 범죄영화다. 검은돈과 금괴를 훔치는 두 여성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범죄의 성공과 실패만이 아니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이 다른 사람의 욕망과 부딪칠 때 어디까지 사람을 밀어붙일 수 있는가. 미선과 도경이 훔친 것은 돈이지만,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돈에 얽힌 사람들의 욕망이다.

기본 정보

감독 이환
각본 이환, 오유경, 곽재민
주요 출연 한소희, 전종서, 김신록, 정영주, 이재균, 유아, 김성철
국내 개봉 2026년 1월 21일
러닝타임 108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범죄, 스릴러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와우포인트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산국제영화제, 런던아시아영화제 경쟁 부문 최우수작품상

미선과 도경에게 돈은 욕심이 아니라 출구다

한소희가 연기하는 미선과 전종서가 연기하는 도경은 처음부터 거대한 범죄를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두 사람에게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미선은 낮에는 꽃가게에서 일하고 밤에는 유흥가에서 돈을 번다. 도경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태우는 콜택시를 운전하고 각종 심부름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성공보다 조금 다른 삶이다. 하지만 밑바닥에서 돈을 모아 정상적인 방법으로 빠져나가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검은돈과 금괴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그것은 단순한 재물이 아니라 자신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출구처럼 보인다.

돈을 훔치는 순간 두 사람의 인생이 더 복잡해지는 이유

범죄영화에서 거액의 돈은 흔히 자유를 상징한다. 돈을 손에 넣으면 빚을 갚고, 도시를 떠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프로젝트 Y>도 그 기대에서 출발한다. 미선과 도경은 검은돈과 금괴를 훔쳐 인생을 바꾸려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돈에 이미 다른 사람의 욕망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돈을 훔친다는 것은 그 돈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원하던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함께 가져오는 일이 된다.

그 순간 영화의 방향도 달라진다. 돈이 두 사람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두 사람에게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악당보다 욕망의 연쇄다

이환 감독은 <프로젝트 Y>의 모든 주요 인물에게 욕망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의 욕망 위에 또 다른 사람의 욕망이 올라가고, 그것이 다시 다른 욕망을 불러오면서 사건이 커지는 구조다.

그래서 이 영화는 미선과 도경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김성철이 연기하는 토사장, 이재균의 석구, 유아의 화경, 정영주의 황소, 김신록의 가영까지 각자 원하는 것이 있다.

누군가가 돈을 원하면 다른 누군가는 권력을 원하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지키거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인물들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간단하게 나뉘기보다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돈을 중심으로 충돌하는 관계에 가깝다.

왜 이환 감독은 인물들의 과거를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았을까

<프로젝트 Y>에는 강렬한 인물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과거를 하나하나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이환 감독은 이를 이미 달리고 있는 자동차에 관객을 태우는 방식에 비유했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모든 과정을 보여주기보다, 이미 각자의 욕망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관객을 바로 집어넣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토사장이다. 감독은 배우에게 인물의 전사를 설명했지만 영화에서는 그 배경을 굳이 자세하게 풀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선택 때문에 관객은 인물이 왜 그렇게 됐는지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무엇을 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를 보면서 인물을 판단하게 된다.

미선과 도경은 같은 꿈을 꾸지만 같은 사람은 아니다

미선과 도경은 서로가 전부라고 할 만큼 가까운 관계다.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결국 같은 범죄에 뛰어든다.

그렇다고 두 사람을 하나처럼 그리지는 않는다.

이환 감독은 기존 작품에서 배우들이 보여줬던 이미지와 조금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한소희의 미선에게는 강단과 추진력을, 전종서의 도경에게는 상대적으로 유약하고 흔들릴 수 있는 면을 두려고 했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위기가 닥쳤을 때 두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탈출구를 바라보는 두 사람이 그곳까지 가는 방법에서도 계속 같을 수 있는가. 범죄가 커질수록 두 사람의 우정 역시 시험받는다.

두 여성의 우정이 로맨스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 Y>를 여성 투톱 영화라고 설명할 때 가장 쉽게 붙는 말은 '여성 버디물'이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면 조금 단순해진다.

미선과 도경에게 서로는 범죄를 함께 수행하는 파트너이기 전에 지금까지의 삶을 함께 견뎌온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돈을 훔친다는 선택도 단순히 범죄 파트너를 구하는 것과 다르다. 자신의 가장 위험한 선택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서로밖에 없다는 의미가 된다.

이 영화에서 두 여성의 관계가 중요한 것은 남성 중심 범죄영화의 자리를 여성 캐릭터로 교체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범죄의 성공 여부만큼이나 그 선택 이후에도 두 사람이 서로를 믿을 수 있는지가 이야기의 긴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화려한 도시와 밑바닥의 삶을 한 화면에 놓은 이유

<프로젝트 Y>의 세계는 어둡지만 화면까지 현실적인 회색으로만 채워지지는 않는다. 네온과 인공조명, 화려한 의상과 음악이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이환 감독은 서울이나 홍콩, 뉴욕처럼 특정 도시가 바로 떠오르기보다 어디인지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도시의 밤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선택은 영화의 내용과도 어울린다. 미선과 도경 주변에는 화려한 조명과 돈이 넘쳐나지만 정작 두 사람에게 그 풍요는 자신의 것이 아니다.

가까이에서 돈을 보고 화려한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자신은 계속 밑바닥에 머물러야 한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보이는 화려함과 실제로는 건널 수 없는 삶의 거리를 한 공간 안에 겹쳐놓은 것이 이 영화의 도시다.

왜 오프닝과 엔딩의 지하차도가 중요할까

이환 감독은 오프닝과 엔딩에 등장하는 지하차도에서 인공광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특히 미선의 얼굴이 보일 때 도경의 얼굴 일부를 가리거나 실루엣으로 두는 식으로 두 인물을 빛과 그림자로 나눴다.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고 같은 목적을 공유하지만 영화가 처음부터 완전히 같은 존재로 묶어놓지는 않는 것이다.

이런 화면은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사보다 먼저 차이를 보여준다. 함께 달리고 있지만 각자의 얼굴과 욕망은 다르다.

그래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연결하는 지하차도는 단순한 멋진 배경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은 길을 달리면서도 끝까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지를 묻는 공간처럼 기능한다.

그레이의 음악은 왜 이 어두운 이야기를 더 화려하게 만들까

<프로젝트 Y>의 음악감독은 프로듀서 그레이(GRAY)가 맡았다. 화사, 김완선, 드비타, 후디, 안신애 등 여러 가수가 음악에 참여하면서 영화는 전통적인 어두운 누아르와 다른 리듬을 만든다.

이 음악은 영화의 현실을 가볍게 만드는 것보다 화려한 도시의 표면을 강화하는 쪽에 가깝다.

인물들의 현실은 막막하지만 그들이 움직이는 밤거리는 세련되고 매혹적으로 보인다. 범죄조차 순간적으로 탈출의 축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화려함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음악과 조명이 만들어낸 흥분 뒤에는 결국 자신들이 저지른 선택의 결과가 따라온다.

스타일은 현실을 지우는 장식이라기보다 인물들이 꿈꾸는 화려한 탈출과 실제 삶의 간극을 더 크게 만드는 장치로 볼 수 있다.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프로젝트 Y까지

이환 감독은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청소년들을 바라봤다.

<프로젝트 Y>에서는 인물들의 나이가 달라지고 상업 범죄영화의 장르적 규모가 커졌지만, 감독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공통점이 있다.

미선과 도경 역시 사회의 중심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아니다. 화려한 도시 안에 있지만 그 화려함을 소유하지 못하고, 다른 내일을 원하지만 정상적인 경로만으로는 그곳에 도착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이환 감독은 유흥가를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 역시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프로젝트 Y>는 감독이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동한 작품이라기보다 이전부터 바라보던 주변부의 인물들을 성인 여성과 범죄영화라는 새로운 장르 안으로 옮긴 작품에 가깝다.

여성 느와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프로젝트 Y>는 한소희와 전종서가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여성 느와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 쉽다.

실제로 제10회 런던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단 역시 여성의 시선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여성의 주체성을 욕망과 긴장의 동력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평가하며 경쟁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여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더 중요한 것은 기존 남성 느와르의 역할을 여성 배우들에게 그대로 옮겼느냐가 아니다.

미선과 도경에게 욕망이 있고 그 욕망 때문에 직접 선택하며, 그 선택의 결과 역시 두 사람이 감당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여성 캐릭터가 사건에 휘말리는 피해자나 남성 주인공의 동기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시작하고 상황을 악화시키고 다시 다음 선택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된다.

프로젝트 Y는 왜 모든 인물을 욕망하게 만들었을까

이환 감독은 이 영화를 '캐릭터 라이징 무비'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 인물이 모든 이야기를 독점하기보다 캐릭터들이 계주처럼 바통을 주고받으며 사건을 끌고 가는 방식이다.

이 구조에서 필요한 것이 각 인물의 욕망이다.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는 인물은 바통을 이어받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무언가를 원한다면 한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을 움직이고, 그 행동이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인다.

미선과 도경이 돈을 훔치는 순간 시작된 사건이 두 사람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욕망이 욕망을 건드리고, 그 욕망이 다시 다른 선택을 만들어내면서 이야기가 앞으로 질주한다.

결국 두 사람이 훔치고 싶었던 것은 돈보다 다른 내일이다

<프로젝트 Y>의 출발점에는 검은돈과 금괴가 있다. 하지만 미선과 도경이 정말 원하는 것을 돈 그 자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두 사람에게 돈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다른 삶으로 넘어가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범죄를 선택하는 순간에도 목표는 부자가 되는 것보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데 가깝다.

문제는 두 사람만 탈출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영화 속 거의 모든 사람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돈, 더 높은 자리, 더 나은 상황을 원하는 욕망이 있다.

결국 한 사람의 출구는 다른 사람에게 손실이 되고, 누군가의 기회는 다른 누군가의 욕망을 자극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Y>에서 돈을 훔치는 것은 자유를 얻는 순간이 아니라 더 거대한 욕망의 관계망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된다.

이환 감독이 마지막에 관객에게 남기고 싶었다고 밝힌 질문 역시 결국 인물들의 선택으로 돌아온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밑바닥에서 벗어날 정상적인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눈앞에 인생을 바꿀 검은돈이 나타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 돈을 손에 넣기 위해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을 것인가.

<프로젝트 Y>의 범죄는 그 질문을 빠르게 밀어붙이는 장르적 장치다. 두 여자가 훔치려 했던 것은 금괴보다 자신들에게 좀처럼 주어지지 않던 '다른 내일'이었고, 영화는 그 내일에도 결국 대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