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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꿈꾸던 모험, 베스카는 왜 사이드를 찾다가 자신의 과거를 발굴했을까

by 가가둥01 2026. 10. 1.

고고학자는 땅을 파헤쳐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꿈꾸던 모험>의 고고학자 베스카가 발굴하게 되는 것은 땅속의 유물만이 아니다. 고향 스빌렌그라드에서 옛 지인 사이드와 재회한 뒤 그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베스카는 도시의 범죄와 자신이 지나온 1990년대의 기억까지 다시 파헤치게 된다.

발레스카 그리제바흐 감독의 <꿈꾸던 모험>은 처음에는 사라진 남자를 추적하는 범죄영화처럼 출발한다. 하지만 사이드의 행방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기억이다. 누군가에게 1990년대는 자유와 돈이 넘쳐나던 황금시대였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폭력과 두려움을 견뎌야 했던 시간이었다. 영화는 그 두 기억 사이에 베스카를 세운다.

영화 꿈꾸던 모험 기본 정보

작품명 꿈꾸던 모험
원제 Das geträumte Abenteuer / The Dreamed Adventure
감독 발레스카 그리제바흐
각본 발레스카 그리제바흐, 리사 비어비르트
주요 출연 야나 라데바, 슐레이만 레티포프, 스토이초 코스타디노프, 니콜라이 셰케르지예프, 데니슬라바 요르다노바
제작국가 독일, 프랑스,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국내 개봉 2026년 9월 23일
장르 드라마, 범죄
상영시간 167분
촬영 베른하르트 켈러
편집 베티나 뵐러
주요 수상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국내 수입·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

사이드는 왜 스빌렌그라드로 돌아왔을까

영화는 슐레이만 레티포프가 연기하는 사이드를 먼저 따라간다. 불가리아와 튀르키예, 그리스가 만나는 국경지대 스빌렌그라드에 나타난 그는 오래전부터 이 지역의 어두운 세계를 알고 있는 인물이다.

사이드는 국경에서 디젤을 거래하려 한다. 합법적인 사업이라고 보기 어려운 거래이고, 그 과정에서 지역 범죄자들과 연결된다. 하지만 일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의 자동차가 사라진다.

그때 우연히 만나는 사람이 야나 라데바가 연기하는 베스카다. 두 사람은 과거 로도피 지역에서 알았던 사이이며, 서로에게 남아 있는 감정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듯하다.

베스카는 사이드를 자신이 일하는 발굴 현장으로 데려간다. 범죄 거래를 위해 국경도시에 온 남자가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 조합부터 영화는 예상했던 장르의 방향을 조금씩 비틀기 시작한다.

왜 사이드는 갑자기 영화에서 사라질까

초반부만 보면 사이드가 영화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자동차를 도난당하고, 범죄 거래를 준비하며, 옛 연인에 가까운 베스카와 다시 만난다. 전형적인 범죄영화라면 그가 지역 마피아와 충돌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갈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다음 날 사이드가 사라진다.

그리제바흐 감독은 이 순간을 거대한 사건처럼 연출하지 않는다. 총격전도 없고 납치 장면도 없다. 영화에서 한동안 사이드가 빠져버리면서 관객 역시 베스카와 마찬가지로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여기서 영화의 주인공이 바뀐다. 사이드가 시작했던 남성 범죄영화가 사라지고 그를 찾는 베스카의 이야기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 구조가 <꿈꾸던 모험>에서 가장 흥미로운 선택 가운데 하나다. 남자가 범죄의 세계로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익숙한 누아르의 구조를 보여줄 듯하다가 그 남자를 화면에서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중년 여성 고고학자를 세운다.

베스카는 왜 사이드의 디젤 거래까지 떠맡았을까

사이드가 사라진 뒤 베스카는 그의 행방만 묻고 다니지 않는다. 사이드가 끝내지 못한 디젤 거래에도 직접 개입한다.

이 선택 때문에 베스카는 지역의 범죄 관계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스토이초 코스타디노프가 연기하는 일리야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일리야는 단순한 동네 건달이 아니다. 이 지역의 돈과 사람, 거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며 베스카와도 오래된 개인적 역사가 있다. 사이드를 찾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베스카 자신의 과거로 이어진다.

베스카는 사이드가 남긴 디젤을 일리야에게 넘기는 대신 가난한 농부에게 전달한다. 그 농부 역시 일리야와 갈등하고 있다. 일리야가 원하는 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베스카는 범죄 세계의 규칙을 모르기 때문에 위험에 빠지는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그 규칙과 그곳의 사람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다.

고고학자 베스카는 무엇을 발굴하고 있는가

베스카의 직업이 고고학자라는 사실은 이 영화에서 단순한 캐릭터 설정이 아니다. 발굴은 영화 전체의 구조와 닮아 있다.

고고학자는 현재의 땅을 조금씩 걷어내면서 그 아래 묻힌 과거의 흔적을 찾는다. 베스카가 스빌렌그라드를 돌아다니며 하는 일도 비슷하다. 사이드가 누구를 만났는지, 일리야가 어떻게 지금의 권력을 얻었는지, 사람들이 1990년대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하나씩 듣는다.

도시 자체도 하나의 발굴지처럼 보인다. 고속도로와 국경검문소 주변에는 카지노와 주유소가 있고, 한때 번성했지만 지금은 쇠락한 장소들이 남아 있다. 현재의 풍경 안에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이후의 시간이 층처럼 쌓여 있다.

그런데 베스카가 마지막으로 발굴해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과거가 아니다. 자신이 그 시대를 어떻게 통과했는가 하는 기억이다.

1990년대는 정말 남자들의 황금시대였을까

영화에서 일리야를 비롯한 남자들이 이야기하는 1990년대에는 묘한 낭만이 있다. 체제가 무너지고 기존의 규칙이 사라진 시대, 위험을 감수하면 큰돈을 벌 수 있었고 강한 남자들이 자신의 힘을 시험할 수 있었던 시절처럼 회상한다.

하지만 베스카가 기억하는 같은 시대는 다르다.

그 시대의 자유는 모두에게 같은 자유가 아니었다. 돈과 폭력으로 새로운 권력을 만든 남자들이 있었던 반면, 여성들은 그 세계에서 다른 종류의 위험을 감당해야 했다.

그래서 영화 후반 베스카와 일리야의 대화가 중요하다. 일리야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힘과 자유의 시대처럼 기억한다면 베스카는 그 신화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같은 과거도 누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역사가 된다. <꿈꾸던 모험>에서 고고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역사와 기억의 문제로 확장된다.

마리아는 왜 베스카에게 중요한 인물일까

데니슬라바 요르다노바가 연기하는 젊은 여성 마리아는 처음에는 범죄 이야기의 중심과 거리가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베스카와 마리아의 관계가 영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는다.

마리아는 일리야 주변 남성들이 만드는 위험한 세계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들에게 파티와 술, 돈은 자유로운 삶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베스카는 그 세계가 여성에게 어떤 위험을 만들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베스카가 마리아를 보호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나이가 많은 여성이 어린 여성을 걱정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리아가 들어가려는 공간에서 자신이 과거에 무엇을 경험했는지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스카가 마리아에게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순간에는 자신의 과거가 겹쳐 있다. 경험을 통해 강해지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경험은 애초에 겪지 않아도 되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왜 범죄영화인데 총격전보다 대화가 더 중요할까

<꿈꾸던 모험>에는 밀수업자와 마피아, 사라진 남자와 불법 거래가 등장한다. 재료만 놓고 보면 빠른 범죄 스릴러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발레스카 그리제바흐는 사건을 빠르게 연결하지 않는다. 베스카는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고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술집과 거리를 오간다. 중요한 정보조차 대단한 단서처럼 강조되지 않는다.

이 방식 때문에 관객은 탐정처럼 범인을 찾기보다 스빌렌그라드라는 공간에 오래 머물게 된다. 누가 누구와 알고 지냈는지, 누가 누구를 두려워하는지, 과거의 일이 현재의 인간관계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가 조금씩 보인다.

총을 든 남자가 범죄 세계의 주도권을 쥐는 대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는 여성이 영화의 중심을 차지한다. 이것이 이 작품이 누아르와 서부극의 문법을 가져오면서도 익숙한 장르영화와 다른 이유다.

일리야와 베스카의 대화가 사실상의 결투인 이유

이 부분부터는 영화의 주요 전개와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된다.

영화 후반 베스카와 일리야의 충돌은 총격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과거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사실상 이 영화의 결투에 가깝다.

일리야에게 1990년대는 남자들이 자신의 힘을 마음껏 시험했던 시대다. 국가의 기존 질서가 흔들린 틈에서 새로운 사업과 범죄, 돈의 기회가 생겼고 그는 그 세계에서 살아남아 현재의 권력을 얻었다.

하지만 베스카는 그 기억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일리야가 강한 남자들의 시대라고 기억하는 세계 역시 더 강한 누군가에게 종속돼 있었으며, 그 안에서 여성들이 감당해야 했던 폭력은 그의 낭만적인 회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은 과거에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이 아니다. 그 시대를 앞으로 어떤 이야기로 남길 것인가를 두고 충돌한다.

일리야가 자신의 과거를 전설로 만들려 한다면 베스카는 그 전설 아래 묻힌 사람들의 기억을 다시 꺼낸다. 고고학자인 베스카에게 가장 중요한 발굴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베스카는 왜 마리아를 데리고 나왔을까

베스카와 일리야의 대립은 과거를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옆에서는 마리아가 과거의 베스카와 비슷한 위험에 가까워지고 있다.

베스카가 마리아를 위험한 자리에서 데리고 나오는 행동은 그래서 중요하다.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 기억을 이용해 다음 사람이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할 때 과거는 현재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이 순간 베스카는 전통적인 범죄영화의 복수자가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세계를 총으로 응징하는 대신 그 세계가 또 다른 젊은 여성에게 반복되는 것을 막는다.

영화가 남성 장르의 문법을 여성의 시선으로 뒤집는다는 말도 여기서 구체적인 의미를 얻는다. 베스카의 승리는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온 규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다.

결말, 사라졌던 사이드는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 초반 갑자기 사라졌던 사이드는 죽은 것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영화는 오랫동안 그의 행방을 미스터리로 남겨두지만 마지막에는 그가 다시 나타난다.

이 선택은 일반적인 실종 미스터리의 결말과 상당히 다르다. 관객이 기다렸던 범죄의 전모가 한꺼번에 밝혀지거나 누가 사이드를 납치했는지를 탐정처럼 설명해주는 방식이 아니다.

사이드의 실종은 애초에 영화의 최종 목적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가 사라졌기 때문에 베스카가 앞으로 나왔고, 사이드의 거래를 따라가면서 자신이 태어난 도시와 과거의 관계들을 다시 만나게 됐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이드와 베스카가 다시 만났을 때 두 사람 사이에 거창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사이드는 베스카에게 자신이 그녀를 그리워했다고 말한다.

범죄영화라면 모든 비밀이 풀린 뒤에야 가능한 재회처럼 보이지만 <꿈꾸던 모험>은 미해결된 부분을 그대로 남겨둔다. 사이드가 돌아왔다는 사실보다 그가 없는 동안 베스카가 무엇을 발견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왜 사이드를 찾는 이야기가 베스카의 이야기가 되었을까

처음의 베스카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들어간 인물처럼 보인다. 사이드의 자동차가 사라졌고, 사이드가 거래를 해야 하며, 사이드가 갑자기 사라진다. 사건의 출발점은 모두 그에게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완전히 반대가 된다. 사이드의 실종은 베스카를 움직이게 한 계기였을 뿐이고, 영화가 실제로 발굴한 것은 베스카 자신의 기억이다.

그녀는 자신이 떠나왔던 고향의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1990년대를 기억하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듣고, 일리야와 자신 사이에 남아 있던 과거를 마주한다. 그리고 마리아에게 같은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고고학자로서 땅속의 과거를 발굴하던 사람이 결국 자신의 과거까지 발굴하게 되는 것이다.

꿈꾸던 모험이라는 제목은 누구의 꿈을 말할까

제목 <꿈꾸던 모험>은 처음에는 사이드에게 어울리는 말처럼 보인다. 국경도시에 나타난 남자가 자동차를 잃고 밀수 거래에 휘말리며 옛 인연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는 범죄영화나 서부극의 모험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정작 사이드는 이야기 한가운데서 사라지고 베스카가 그의 자리를 차지한다.

일리야에게도 자신만의 '꿈꾸던 모험'이 있다. 그는 1990년대의 혼란을 자유와 돈, 강한 남자들의 시대로 기억한다. 과거를 하나의 영웅담처럼 만들어 자신의 현재를 설명한다.

그러나 베스카가 발굴한 과거는 그런 낭만적인 모험과 다르다. 같은 시대의 밑바닥에는 폭력과 착취, 여성에게 강요된 침묵과 아직 끝나지 않은 관계가 남아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누가 과거의 이야기를 소유하는가 하는 문제다. 역사도 기억도 하나의 버전만 존재하지 않는다. 일리야가 말하는 1990년대와 베스카가 기억하는 1990년대는 같은 장소와 시간을 가리키면서도 전혀 다르다.

베스카가 하는 일은 그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이 오랫동안 자신들의 모험담으로 설명했던 시대에 다른 기억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꺼내놓는다.

꿈꾸던 모험의 결말이 말하는 것

<꿈꾸던 모험>의 결말은 사이드가 왜 사라졌는지 모든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하거나 일리야의 범죄 조직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가 관심을 두는 것은 사건 해결보다 그 사건을 따라간 베스카의 변화다.

베스카는 처음에는 사이드를 찾았지만 결국 자신의 도시를 다시 읽는다. 범죄자들이 살아온 방식, 농부와 노동자들의 삶, 젊은 여성들이 놓인 위험, 그리고 자신의 젊은 시절까지 하나의 지층처럼 이어져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과거를 발견하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는다. 사이드가 남긴 거래를 자신의 방식으로 처리하고, 일리야의 권력 앞에서 물러서지 않으며, 마리아가 자신과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도록 개입한다.

이 점에서 베스카는 전통적인 서부극의 총잡이와 닮으면서도 완전히 다르다. 총을 뽑아 악당을 제거하는 대신 사람과 장소를 오래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고, 과거를 기억하면서 자신이 지켜야 할 선을 선택한다.

마지막에 돌아온 사이드가 베스카에게 건네는 짧은 말은 그래서 범죄 미스터리의 해답보다 감정적인 마침표에 가깝다. 두 사람 사이에는 설명되지 않은 시간과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꿈꾸던 모험>에서 가장 중요한 발굴지는 고고학 현장이 아니다. 베스카 자신과 스빌렌그라드라는 도시가 품고 있던 기억이다. 남성들이 모험담처럼 이야기했던 과거의 땅을 한 여성이 다시 파헤치면서, 묻혀 있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비로소 표면으로 올라온다.